인생은 소설이다

Synopsis

■ Issue Point

▶ 세자르 어워즈 여우 조연상 노미네이트
▶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 노미네이트

■ 줄거리

에서는 어느 부유한 건축가의 야심으로 세워진 궁전 같은 웅장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현실과 판타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무모하리만치 거칠게 편집된 이야기들은 영원한 행복을 미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마술적인 것이기도 하고, 용감한 사내가 공주를 구출하는 동화적인 것이기도 하며, 교육과 사랑의 본질을 묻는 실험적인 것이기도 했죠. 접점이 없는 세 이야기의 초반부는 다소 지루하게도 느껴지지만, 이야기가 고조됨에 따라 과감하게 활용된 편집도 훨씬 빛을 발하게 됩니다.

또한 지난 시네클럽에서 언급되었듯 알랭 레네 감독만의 독특한 음악 사용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장면과 음악의 이질적 조합 뿐만 아니라, 한 곡을 통째로 노래하는 일반적인 뮤지컬영화와는 달리 평범한 대사 중 한 두마디만을 갑작스럽게 '노래하듯' 전달하는 방식이 굉장히 낯설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무엇을 보여주는 알랭 레네 감독의 작품도 어느덧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어떤 새로움일지, 가 기다려집니다 :)
STORY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고급스러운 마차 안, 연인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품에 안긴 여성의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넓은 초원. 그들과 비슷한 부르주아 계급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건축가의 야심찬 발표를 듣는다. 건축가 '포르벡'은, 그곳에 판타지에서 나올 법한 거대한 궁전 같은 건물을 짓겠다고 한다. 바로 포스터 속의 성이다. 그리고 이미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그 여인 '리비아', 그녀를 향한 사랑을 고백한다. 남자는 야심가였지만 순진했다.
예정대로 성은 지어졌으나 끝내 리비아는 포르벡과 함께하지 않는다. 그는 전쟁과 질병으로 괴로워하는 세상의 비극을 운운하며 마치 방주와 같은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 역시 고작 실연의 상처로 인함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때문에 성에 갇힌 채 영원한 행복을 체험할 수 있다는 그의 과장된 몸짓은 비장하게 보이면서도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다. 허황된 이야기에 코웃음치며 빠져나온 사람들을 뒤로하고 남겨진 몇명과(우정의 이름으로 남은 리비아와 그녀의 연인도) 함께 남자는 계획을 실행한다.그런데 돌연, 원래의 흐름을 끊고 엉뚱한 씬이 등장한다.
영화 중간 중간마다 갑작스레 끼어드는 장면은 마치 중세의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워낙 다른 '두 이야기'에 비해서도 현실감이 현격히 떨어지며, 비중이 적고 짧게 끊어져 있는 탓에 (대부분이 원 테이크에 그친다.) 이야기의 세밀함은 떨어지는 편이다. 대략적으로나마 '용감한 청년이 나쁜 왕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한다'는 얼개라는 것을 파악할 따름이다.
도리어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끼어드는 '방식'인데, 별도의 장면 전환이 없이 갑작스럽게 '판타지 인물'들이 다른 두 이야기에 등장하는 식의 개입은 마치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해보였다.
다시 장소는 바뀌어, 아니 엄밀하게 말해 시대가 바뀌어 (건축가의 이야기가 1919년) 1982년, 영원한 행복을 보장했던 궁전은 '홀베르그'라는 이름의 교육기관으로 바뀌어있다. 심포지엄으로 모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마다 교육에 대한 실험적인 담론을 펼쳐보이지만, 딱히 학회의 진지함이 엿보이진 않는다. 실재와 괴리된 탁상공론 같은 교육의 미래보다는, 차라리 순수한 교육의 열정으로 참여한 젊은 여교사 '엘리자베스'의 사랑을 두고 하는 짓궂은 내기의 결과가 더 흥미진진하다.
현실과 판타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세 개의 이야기는 이제 무질서하게 펼쳐진다. 무모하리만치 거칠게 편집된 이야기들은 영원한 행복을 미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몽환적인 것이기도 하고, 용감한 사내가 공주를 구출하는 동화적인 것이기도 하며, 교육과 사랑의 본질을 묻는 실험적인 것이기도 하다.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세 이야기의 초반부는 그래서 다소 지루하게도 느껴지지만, 이야기가 고조됨에 따라 과감하게 활용된 편집도 훨씬 절묘해지면서 빛을 발하게 된다.
또한 지난 시네클럽에서 언급되었듯 알랭 레네 감독만의 독특한 음악 사용도 더욱 돋보였다. 장면과 음악의 이질적 조합 뿐만 아니라, 한 곡을 통째로 노래하는 일반적인 뮤지컬영화와는 달리 평범한 대사 중 한 두마디만을 갑작스럽게 '노래하듯' 전달하는 방식이 굉장히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이렇듯 서사와 영상, 음악까지 실험정신으로 똘똘 뭉쳐 그야말로 '어려운 이야기를 굳이 쉽게 할 필요가 있나?' 묻는 듯이 당당한 난해함 속에서도 은 꽤나 직선적인 단순함이 있다. 때론 장광설 같기도 하나 꿋꿋한 그 우직함 덕분에, 어쨌든 뒤죽박죽인 이야기 속 이미지는 상호협력적이지는 않을지언정 서로의 영역을 갉아먹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정말 지독한 난리도 아니었던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한 자리에 (서로 개입하지 않는 전혀 다른 세계에 있기 때문에, 영화 내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있는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감회가, 제법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