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 Point
▶ "영화미학의 뿌리를 찾는 구도자" 배창호 감독의 데뷔작 블루레이로 출시
한국영상자료원의 2017년 두 번째 블루레이 출시작은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영화계를 대표했던 배창호 감독의 데뷔작 (1982)이다. 한국사회가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생산된 도시 빈민의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주인공 명숙과 그녀의 두 남자, 주석과 태섭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단지 비극적으로만 풀지 않은 이 영화는 배창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여실히 들어나는 뛰어난 감독 데뷔작이라 할 수 있다.
"갖가지 사연을 안고 정답고 훈훈하게 살던 꼬방동네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기록" 29살의 배창호 감독이 이동철의 동명원작 소설을 영화화하여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은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도시로 올라온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라는 작가 이동철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검은 장갑을 늘 끼고 있어 '검은 장갑'이라고 불리는 명숙(김보연)과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공소시효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현 남편 태섭(김희라), 그리고 교도소에서 나와 아들 준일을 찾아온 전남편 주석(안성기)을 중심으로 영화는 꼬방동네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아침부터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야 하고 옹기종기 모여 빨래를 하다 이웃의 빨래 더미에서 발견된 남편의 속옷을 두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지만 홀로된 마 영감의 환갑잔치를 위해 떡과 전을 함께 준비하고 짹짹이 아줌마(공옥진)의 창에 맞추어 원을 그리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배창호 감독은 이들의 "비루한 현실을 직시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채 인간적이고 건강한 공동체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우리 안의 희망을 확인시키고 있다.
영화 속 다양한 사연만큼 힘들게 제작되었던 영화 이장호 감독의 (1980)과 (1981)에서 조감독을 담당했던 배창호 감독은 자신의 감독 데뷔작으로 의 원작자였던 이동철의 베스트셀러 을 선택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영화 프린트 검열 외에도 사전 시나리오 검열을 통과해야 하는 이중검열제도가 있어 도시 빈민들의 열악한 삶이 영화화 되는 것을 반대했던 검열관들에 의해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60여 군데가 넘는 수정을 거쳐야만 했다. 결국 수 차례의 수정과 이라는 제명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에서 시나리오 검열을 통과하였는데 완성된 영화는 검열관들의 눈시울을 적셔 '무수정'으로 통과하였다. 이렇게 힘들게 제작된 영화는 1982년 7월 개봉되어 제21회 대종상 영화제 여우주연상(김보연), 특별상 신인부문(배창호), 제1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촬영상을, 제1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신인상(배창호) 등 각종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신인감독들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한국영화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배창호 감독과 김성욱 평론가의 음성해설과 영국의 저명한 평론가 크리스 베리의 에세이 수록 이번 블루레이는 디지털 보정을 거친 버전으로 본편 국문, 일문, 영문자막을 제공하며, 배창호 감독과 김성욱 영화평론가의 음성해설을 담았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세계와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장병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배창호 감독론, 이용철 평론가의 작품론, 아시아 영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킹스칼리지 런던 대학 교수인 크리스 베리의 에세이를 소책자에 수록하였다. 블루레이는 7월 6일부터 주요 온·오프라인 판매처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7월 23일(일) 오후 2시 시네마테크KOFA 1관에서 특별 상영과 더불어 배창호 감독과 김성욱 영화평론가의 대담이 준비되어 있다.
※소책자 Booklet - '영화미학의 뿌리를 찾는 구도자, 배창호' 장병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꼬방동네 사람들: 저개발과 공동체의 기억 너머' 이용철 (영화평론가) - ':현대성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멜로드라마' 크리스 베리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
■ 줄거리
서울 빈촌에 사는 명숙(김보연)은 늘 검은 장갑을 끼고 다닌다. 그녀는 어린 아들 준일(천동석)을 홀로 키우다 태섭(김희라)과 결혼해 생계를 책임진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가게를 내고 제법 장사가 잘되던 중, 준일의 친부인 주석(안성기)이 찾아온다. 현재 주석은 택시운전을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소매치기였다. 주석은 명숙에게 자신이 준일의 친부임을 주장하며 돌아오라고 말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섭은 주석에게 떠나라고 한다. 주석이 자신의 친 부임을 알게 된 준일은 집을 나가고, 명숙은 준일을 찾아 헤맨다. 주석 때문에 준일이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을 안 명숙은 가게를 정리하고 이사를 가기로 한다. 건달 시절 살인을 한 사실을 숨겨온 태섭은 공소시효가 며칠 남지 않은 때에 자신이 죽인 남자의 부인을 만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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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김희라 (金熙羅)
36년 동안 1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 역사의 흐름의 중심에 서 있었던 배우 김희라. 그가 다시 연기 인생의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국회의원 낙선과 사업 실패 등 인생의 시련을 딛고 재기의 의지를 불태우며 선택한 은 그래서 더욱 뜻 깊은 작품이다. 주름진 얼굴에서 풍겨져 나오는 삼촌의 회한 섞인 표정은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온 김희라만이 보여줄 수 있는 깊이가 아닐까. 추운 겨울날 계속되는 힘겨운 촬영 일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많은 후배들을 이끌며 ‘사생결단 파이팅!’을 외치는 그의 연기를 향한 열정은 나이와 세대를 초월해 관객들의 가슴에 다가갈 것이다.
■ 출연 : 김보연
1976년 MBC 공채 탤런트 8기. 1976년 영화 로 데뷔, 70~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스크린 스타 출신. 30년이 넘는 연기내공과 남다른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배창호, 장선우 등 당대 최고의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 로 제21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영화 로 95년 제3회 춘사영화제 여자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 , , 영화 , , 등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왕성히 활동해 오고 있다.
2004년 6월 11일, 8살 연하의 후배 탤런트 전노민과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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