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 Point
▶ 1956년 장 비고상 단편영화상 ▶ 1957년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 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여년이 지나 버려진 수용소의 현재 모습은 흑백의 기록화면으로 이어진다. 12년 전 빈 들판엔 수용소 건설이 진행되었고 '밤과 안개' 작전으로 유대인들이 수감되기 시작했다. 영화는 흑백의 과거를 현재의 컬러 화면과 병치시키며 기억의 문제를 끄집어내 인간 역사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려 하였다. 내레이션은 전쟁과 살육의 공포가 기억 속에서 무디어지기는 했지만, 그 공포를 조성했던 인간들의 잔혹성은 끝나지 않았으며 또 어디선가 다른 폭력들이 이어지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과거와 현재를 병치시키며 수용소 건설에서부터 최종적인 대량학살까지를 보여주는 알랭 레네의 초기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폐허가 된 현재의 수용소 모습, 과거의 뉴스릴 화면과 스틸사진 등을 교차시키면서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주제화하였다. 실제 수용소 경험이 있던 장 카이롤이 직접 내레이션 시나리오를 써서 체험의 진정성을 전달한다.알랭 레네의 초기영화 중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작품은 다큐멘터리인 〈밤과 안개〉일 것이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이 작품을 일컬어 그 당시까지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시적으로 들리는 작품 제목은 실제 1941년 11월 나치 독일에서 히틀러가 시행했던 '밤과 안개'(Nacht und Nebel)라는 작전명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는 나치 정권에 저항하는 자들은 누구나 밤과 안개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명칭이었다.
14살에 영화에 입문한 알랭 레네는 영화 외에도 만화, 회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에 관심을 보였다. 초창기에는 꾸준히 예술가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었다. 〈반 고흐〉(1947), 〈폴 고갱〉(1950)을 거쳐 6명의 감독이 카르파치오, 로트렉 등 화가 6명의 작품세계를 다룬 〈픽투라〉(1951, 레네는 여기서 고야 부분을 맡았다)까지가 그러하다. 피카소의 동명 그림을 소재로 한 〈게르니카〉(1950)에서는 한 사회가 다른 사회에 가한 폭력의 공포를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단편 다큐멘터리들은 알랭 레네의 영화세계에서 '형성기'에 해당된다.
〈밤과 안개〉는 1955년 프랑스의 제2차 세계대전 역사위원회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영화는 유대인 수용소와 희생자를 담은 문서보관소의 흑백필름과 10년 뒤 그 건물과 장소를 촬영한 컬러 필름을 조합하여 만들어졌다. 알랭 레네는 제작 당시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에서 가져온 필름만 사용하고 독일에서 온 필름은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전전 독일에 대한 강한 불신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홀로코스트와 나치의 수용소를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제작 당시에 프랑스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본래 영화에는 프랑스 군모를 쓴 간수가 잠시 등장했는데 검열 당국에서 보기에 명백히 프랑스 비시 정부가 홀로코스트에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두달의 협상 끝에 영화 제작자들은 프랑스 헌병의 제복을 덮어서 역사상의 증거를 묻어버리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협상에도 불구하고 〈밤과 안개〉는 1956년 칸영화제에서 결국 배제되었다. 다른 참가국의 국가적 감정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이었다.
크리스 마르케와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조각상 또한 죽는다〉(1953)를 통해 프랑스의 제국주의가 아프리카의 문화에 가한 폭력을 보여줘 프랑스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알랭 레네가 또다시 구설에 오르게 된 것이다. 〈조각상 또한 죽는다〉는 단 한번의 공식 상영 뒤에 정부로부터 상영금지 조치를 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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