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 Point
▶ 영혼을 보고 싶으면 영혼속을 응시하라!
*감독
테오앙겔로풀로스
그리스에서 태어나 성장기를 보냈다. 아테네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한 후에 한때 변호사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1960년대에 파리의 이덱(IDHEC)에서 영화를 전공, 에세이와 소설, 시 등을 쓰기 시작했다. 이 시절에 장
루쉬와 가깝게 지냈다. 그리스로 돌아온 그는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간을 당하기도 했던 일간지 '알라기 ALLAGI'의 평론가로
활동했다.
1965년, 앙겔로풀로스는 첫 영화를 연출할 기회를 얻었으나, 제작자와의 불화로 프로젝트는 중단되어 버렸고 이후 몇 년간을 감독 생활을
멀리하며 보내게 된다. 1970년에 첫 번째 장편 극영화이면서 그리스 최초의 독립영화로 꼽히는 〈범죄의 재구성〉을 만들었다. 형사물과
유사한 구성을 취한 이 영화에서 그는 이미 독창적인 스타일과 이데올로기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이 영화는 헤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상을
수상했고 베를린에서 주목받았다. 이 영화로 인해 세계 영화계는 앙겔로풀로스라는 인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972년에 앙겔로풀로스는 그리스 현대사를 다룬 3부작정치 영화인 〈1936년의 나날 DAYS OF'36〉을 연출하였다. 이 영화는
메탁사스 장군의 독재 말기의 선거 직전에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반동적인 국회의원들의 퇴진에 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
정부쪽에서는 잠시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결국에 가서 인질범은 살해당한다. 이 살인은 더 큰 억압의 전주곡이었다.
〈유랑극단〉은깐느 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되었으며 여기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1939년에서 52년 사이에 그리스 전역을
돌았던 유랑극단 배우들의 여행을 그리고 있다. 〈사냥꾼들〉은앙겔로풀로스 영화의 지속적인 주제와 스타일을 확고히 한 작품이다. 즉 역사의
무게, 권력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 브레히트의 영향을 받은 연극적 효과의 사용 등. 여기서 개인은 집단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존재이다.
〈구세주 알렉산더〉에서는 다시 한번 권력을 주제로 삼았다.
독재에 반대했던 좌파 진영이 뿔뿔이 흩어져 혼란스런 현실에서 앙겔로풀로스는 〈시테라 섬으로의 여행〉(84), 〈양봉업자〉(86),
〈안개 속의 풍경〉(88), 〈황새의 멈추어진 걸음〉(90) 등의 영화에서 지식인이자 예술가로서 느끼는 좌표의 상실감 같은 것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앙겔로풀로스의 시각은 그리스의 첫 번째 영화 필름을 찾아나서는 영화 감독의 이야기를 그린 〈율리시즈의 시선〉(95)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신화적인 틀을 차용하고 현실을 전체로 껴안는 긴 호흡의 스타일로 현실에 대한 좌파적 희망을 간직한 앙겔로풀로스의 '장중한
마르크스주의자의 영화언어'는 현실에 착지점을 구하지 못한 자의 절망을 숨기고 있다.
1994년에 그는 발칸 반도에서 〈율리시스의 시선〉을 찍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한 그리스 영화감독은 신화가 된 영화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최초의 영화는 영화의 탄생 무렵에 카메라를 들고 발칸 반도를 여행했던 마나키스 형제의 영화이다. 테오 앙겔로풀로스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영화 감독의 눈으로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발칸 반도의 미래를 조망한다. 〈율리시스의 시선〉은 1995년 깐느
영화제에서 공개되어 국제비평가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1990년 뉴욕의 현대박물관은 이 거장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앙겔로풀로스의 전 작품이 상영되는 특별 영화제를 개최한 바 있으며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앙겔로풀로스를 여덟 번 째핸드프린팅 행사의 주인공으로 선정하고 월드시네마 부문 첫 회고전으로 '테오 앙겔로풀로스
회고전'을 마련해놓고 있다.
■ 줄거리
미국으로 망명한 그리이스 출신의 영화 감독 A(하비 키이텔 분)는 3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공식적인 방문 이유는 그곳에서 엄청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자신의 작품 시사회 때문이었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초창기에 그리이스 출신의 유명한 영화 감독인 '마나키아' 형제가 발칸 반도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그 지역의 역사와 관습을 담았다고만 전해지는, 그리고 전쟁에 휩싸여 미처 현상되지도 못한 세 통의 필름을 찾기 위한
것.
택시를 기다리다 A는 과거의 연인을 만난다. 그러나 그것은 A의 향수가 만들어 낸 환영에 불과할 뿐, 물결처럼 밀려오는 군중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진압군 사이에서 그녀의 환영은 사라져 버린다. 친구가 소개해준 택시를 타고 A는 알바니아의 국경을 넘는다. 도중에 여권이 문제가
있는 노부인을 태워주기도 하며, 지나간 세기에 가장 이상적인 국가였다고 전해지는 그리이스의 몰락과 상징적인 죽음을 슬퍼하는 택시 운전사와
눈발 섞인 산 모퉁이에서 마음을 나눈다. A는마나키아 박물관에서 일하는 신문기자를 겸직하는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필름이 부카레스트의
스코피에 있다고 말한다. 그가 찾는 세 통의 필름만 빼고. 마나키아 형제의 형인 야나키스는 죽었고 동생인 밀토스는 필름을 유고 정부에
팔았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A는 부카레스트로 떠난다. 기차역에서의 검문. A의 의식은 과거로 돌아가 당시 국경을 넘다 수비대에게 체포된
야나키스를 만난다. 야나키스는 무기 은닉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감형 판결을 받는다.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가운데 A는 야나키스의 눈이
되어 유배지 앞을 흐르는 강물을 응시한다. A의 의식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개인사로 빠져든다.
전란에 휩싸인 거리에는 새로운 세계를 주장하는 붉은 깃발이 행진하고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A는 1945년 당시, 어려서 살던 집으로
들어간다.한 대의 피아노가 거실에 놓여진 그곳에서 A의 시선은 평화로운 가족들이 체포당하는 순간들을 본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신년
축하와 올드 랭 사인이 겹치는 가운데 체포자들은 어느 순간에는 비밀 경찰이 되어 들이 닥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인민위원회의 이름으로 가구를
압류한다.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A의 유년사. 동행했던 신문 기자와 헤어져 철거된 레닌의 동상과 함께 강을 따라 내려오는 A. 고집스럽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레닌의 두상 앞에 선 A는 무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강가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레닌은 살아서는 희망이었고 죽어서는
슬픔의 이름이 되었다. 그것은 한때 전 세계 피압박 민족과 저주받은 계급에게 희망을 주었던 사회주의의 몰락에 대한 율리시즈의 시선이었다.
베오그라드에서 A는 필름 세 통이 사라예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라예보로 가는 길, A는 세 번째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불가리아
태생의 처녀로 그녀의 삶은 온통 대지, 전쟁 그리고 죽음으로 얼룩진 조국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망자가 된 남편의 옷을 A에게 입히고 사랑을
나누는 그녀의 이름은 단순히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었을까. 사라예보에서 A는 마침내 필름을 보관하고 있는 이보 레비를 만난다. 이보 레비는
스스로를 사라진 시선의 수집가라고 부르며 수많은 옛날 영화 필름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다. A는 그에게 그 시선들을 가둬둘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이보 레비는 마침내 세 통의 필름에 대한 현상에 착수하고 이 과정에서 A는 그의 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현상이 끝난 필름이
마르기까지 강가에서 산책을 권유하는 이보 레비. 그는 A에게 안개 낀 날은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라고 한다. 안개낀 날은 저격수들의 총구가
사람들을 쓰러뜨리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인종과 국가와 종교가 다른 젊은이들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된다고 A를 이끄는 이보 레비. 안개
자욱한 강변에서의 댄스. 이보 레비의 딸과 춤추는 A. 그러나 이때 나타나는 일단의 군인들은 이들을 무참히 사살하고 "아이들은
안돼"라는 피살자들의 절규가 울리는 가운데 이보 레비 딸의 시신을 안고 통곡하는 A. 이보 레비의 집으로 돌아온 A. 현상된
필름이 영사기에서 돌아가는 가운데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찾아 헤맸던 필름을 보는 A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고 그가 본 영상은 슬픔을 더욱
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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