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NOTE]
파리의 지붕을 넘나드는 고양이의 이중생활
고양이 한마리가 지붕을 타고 있다. 집과 집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밤과 낮을 서로 다른 집에서 오가며 지낸다. 낮에는 실어증에 걸린 소녀의 집에서, 밤에는 신출귀몰한 능력을 지닌 도둑의 집에서. 이 고양이의 이름은 ‘디노’이다. 디노의 이중생활은 어느 날 소녀가 밤이 되자 떠다는 디노를 몰래 미행하면서 발각된다. 디노 덕분에 만난 소녀와 도둑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정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소녀의 실어증을 치료하고, 착한 도둑의 오해를 풀어주는 놀라운 이야기가 파리의 밤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2012년 아카데미의 선택, 애니메이션 부문 노미네이트
제 84회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 애니메이션 부문에는 2억5천만 달러의 제작비 기록을 세운 을 제치고 프랑스에서 온 명품 애니메이션 가 이름을 올렸다. 총 다섯편의 후보 중 3편은 그야말로 헐리우드 거대 자본으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 , 이다. 스페인 작품 와 프랑스 작품 가 후보에 오른 것은 오직 작품성 때문이다. 는 고양이 ‘디노’의 이중생활을 통하여 파리의 밤거리를 아름답게 묘사하고 소녀와의 우정, 그리고 스릴 넘치는 추격장면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제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다.
2012년 시작과 함께 극장가를 점령한 고양이, 그 치명적인 매력 속으로
2012년 첫 흥행 영화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이다. 대박 아이템 시리즈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출발했던 ‘장화신은 고양이’이가 한 편의 장편 영화로 성공할 줄은 알았겠지만 이 정도의 사랑 받을 줄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고양이의 숨겨진 매력이 빛을 발하는 것인가? 의 흥행 성공은 이제 에게 바통을 넘겨 주려 하고 있다. 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면서 작품성에 대해서는 이미 검증을 마쳤다고 할 수 있다. 4월에 개봉하는 가 고양이앓이에 빠진 우리 극장과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주목받는 감독 ‘장 루 펠리시올리’의 첫번째 장편 연출작
포스트 모더니즘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인 프랑스 출신 감독 ‘장 루 펠리시올리’가 선택한 장편 데뷔작은 파리의 지붕을 넘나드는 낯설지만 스펙터클한 이다. 그의 평생의 동반자이며 작가인 알랭 가뇰 역시 공동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장 루 펠리시올리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발표할 때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 소개되면서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도 다양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하였다. 현대인들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는 그의 기존 단편 작품에 비하면 는 비교적 안정적인 범죄영화의 스타일을 따른다. 마니아층만이 아니라 대중들의 시선까지 휘어 잡을 그만의 독특한 애니메이션 세계가 시작된 것이다.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장 ‘도미니크 블랑’의 목소리 연기 참여
에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배우 중 익숙하고 반가운 이름이 있다. 200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으로 여우주연상을 도미니크 블랑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자르’ 영화상에서도 여러 차례 여우주연상과 조연상을 수상했다. 우리에게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시인 ‘랭보’를 연기한 에서 그의 누이 ‘이자벨’을 떠 올리면 더욱 익숙할 것이다. 30 여 년 연기 활동 중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목소리 연기를 한 것은 가 처음이다. 실어증에 걸린 소녀의 어머니이나 갱단에게 살해당한 남편의 아내이자 경찰인 ‘잔느’ 역 속에는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중 한 명인 ‘도미니크 블랑’이 숨겨져 있다.
삐뚤어진 코와 가장 작은 발, 기발한 캐릭터의 완성
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갱단의 두목으로 등장하는 ‘코스타’의 몽타쥬가 공개되었을 때, 낚시 바늘처럼 휘어진 코의 생김새가 독특하게 다가온다. 한편 강인을 인상을 주는 삐뚤어진 코이지만 몽타쥬와 동일한 인물이 등장했을 때 묘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 부분을 보다가 파리의 밤 지붕을 넘나드는 추격신이 시작되면 전체 몸집에 비해 훨씬 작은 발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 작은 발로 자유롭게 삼각형 모양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아슬아슬하기 그지없고 애니메이션답지 않은 고감도 스릴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한밤의 추격전, 에펠탑은 말이 없다
프랑스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한다. 특히 세느강에서 해질녘 배를 타면 서쪽으로 지는 노을과 차례차례 건물들의 불을 밝히는 조명에 감탄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에펠탑이다. 낮에 보는 웅장한 건축물이 아닌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물든 에펠탑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영화 에는 평지를 걷는 것보다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장면이 더 많이 나온다. 그렇게 지붕 위 파리의 모습이 영화 속에 반영되어 있다. 역시 에펠탑이 등장하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보다는 고요한 에펠탑이다. 실어증에 걸린 소녀와 착한 도둑, 그리고 고양이의 우정을 에펠탑은 말없이 지켜주고 있다.
21세기 괴도 루팡의 재림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중 추리 소설의 대가 모리스 르블랑이 있다. 그의 업적은 누가 뭐래도 20세기 초 ‘아르센 루팡’이라는 인물을 창조해 낸 것이다. 영국 출신의 또 다른 캐릭터 ‘셜록 홈즈’와 라이벌 관계를 이루며 당시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루팡이 활동하던 파리 밤 거리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오프닝은 루팡을 연상케한다. 놀라운 솜씨로 경비원의 감시를 뚫고 보물을 훔쳐가는 도둑의 모습, 그리고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날렵함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루팡을 기억하게 한다.
2011년 극장가의 돌풍을 몰고 온 애니메이션, 2012년 반란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우리 극장가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장르는 누가 뭐래도 애니메이션이다. 헐리우드 영화 가 역대 애니메이션 중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고, 이후 국산 애니메이션 이 30년 넘게 묵혀온 국산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처럼 많은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을 찾은 적이 드물 정도로 애니메이션 업계에는 축복받은 한 해가 되고 있다. 2012년에는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온 작품들이 그 열기를 잇고 있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레베카 도트르메르’ 원작 은 아름다운 그림과 꿈으로 넘치는 동화 속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4월에는 프랑스 파리의 밤을 배경으로 루팡의 재림을 지켜보는 듯 한 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언제나 세계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연이은 외출은 2012년 우리 극장가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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